사설 [사설] 국립의대는 대학의 훈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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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발행인 박조헌 작성일 26-08-30 16:10 댓글 0본문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가 정부가 정한 시한까지 대학 통합과 의대·대학병원 소재지에 합의하지 못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결국 두 대학의 공동 추진계획서가 아닌 의대 신설 필요성과 정원, 지원계획 등을 담은 지자체 의견서를 제출했다. 오랜 지역 숙원이 대학 간 이해와 권역별 유치 경쟁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책임을 두 대학에만 돌릴 수는 없다. 통합을 전제로 한 정부 일정이 제시됐다면 통합특별시와 지역 정치권은 시한 안에 조정안을 만들고 합의를 끌어냈어야 했다.
무엇이 합의를 막았는지, 단독대학 신청은 가능한지, 의대와 교육병원을 어디에 어떤 재원으로 세울 것인지 주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적인 구호가 아니라 정부가 실제로 심사할 수 있는 실행계획이다.
복수 언론은 국립경국대가 제출한 계획서에 의대 정원 50명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분명 새로운 변수다. 그러나 나머지 50명이 자동으로 전남광주에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두 지역에 정원을 절반씩 나누겠다고 발표한 사실도 없다. ‘남은 50명’이라는 기대를 이미 확보한 성과처럼 포장한다면 또다시 현실을 오판할 수 있다.
더 주목할 변화는 국립대학병원의 소관이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이관 자체가 신설 의대 선정기준의 변경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정부가 국립대병원을 중증·필수의료의 최종 치료기관이자 지역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의 경쟁은 대학 이름보다 교육병원과 수련체계, 응급환자 이송, 지역 의사 정착 방안의 완성도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경북이 제출한 계획에는 안동·예천 도청신도시에 의대와 500병상 규모의 부속 교육병원을 건립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전남광주는 의대와 병원의 최종 입지조차 하나로 정리하지 못했다.
병원 건물만 세운다고 지역의료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교수와 전공의를 확보하고 기존 의료기관과 역할을 나누며, 섬과 농어촌까지 연결되는 진료망을 설계해야 한다.
무안과 서남권은 이 논의의 방관자가 될 수 없다. 의대와 교육병원의 위치는 대학의 자존심이나 정치적 안배가 아니라 환자가 얼마나 빨리 도착할 수 있는지, 중증환자를 지역 안에서 치료할 수 있는지,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무안·목포·신안·영암·해남 등 서남권의 의료 접근성과 응급 이송시간을 객관적인 자료로 제시하고, 의료인력 양성부터 수련과 지역 정착까지 이어지는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동부와 서부에 무엇을 하나씩 나눠주는 식의 기계적 배분이 아니라, 지역 전체의 의료 공백을 가장 효과적으로 메우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도 심사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전남광주가 제출한 의견서를 어떤 지위로 평가할 것인지, 정원 배분과 교육병원 계획을 어떤 기준으로 심사할 것인지 공개해야 한다. 기준이 모호하면 지역 갈등과 정치적 해석만 커질 뿐이다.
국립의대는 대학의 훈장이 아니다. 지역민의 생명 인프라다.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이 이름을 얻느냐가 아니라, 의대 정원을 확보한 뒤 지역 의료를 실제로 바꿀 설계가 있느냐다.
국립의대의 주인은 대학도 정치권도 아니다. 치료받을 권리를 요구해 온 지역 주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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