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메가프로젝트 시대, 무안의 몫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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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10대 무안군의회 정소혜 의원 작성일 26-08-05 12:59 댓글 0본문
정소혜 무안군의회 의원
대한민국의 산업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호남권에 새로운 반도체 산업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수도권 반도체 생산기지가 안고 있는 전력과 용수, 산업용지 문제에 대응하고, 호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광주의 인공지능·반도체 기반을 결합해 새로운 국가 성장거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역의 기대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고 해서 기업과 일자리, 지역소득이 저절로 무안으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메가프로젝트 안에서 무안이 어떤 역할을 맡고, 무엇을 준비하며, 그 성과를 군민에게 어떻게 돌려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다.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 공장과 소재·부품·장비 산업단지 유치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는 이미 대기업과 협력업체, 연구기관, 대학과 전문인력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무안이 수도권이나 기존 반도체 도시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남을 따라가기보다 무안과 서남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그 출발점은 햇빛과 바람, 즉 재생에너지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제 제품의 가격과 품질뿐 아니라 어떤 에너지로 생산했는지까지 따지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은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 수출과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산업 경쟁력이 되고 있다.
무안과 신안, 해남 등 서남권은 태양광과 해상풍력 발전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데 머문다면 정작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산업적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남권의 재생에너지를 광주의 인공지능·반도체 산업과 연결하고,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 기업과 데이터센터가 무안과 서남권을 찾게 해야 한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지역을 넘어 에너지를 활용해 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지역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기초조사가 먼저다. 무안과 서남권에서 실제 공급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규모는 얼마인지, 전력망과 변전시설은 충분한지, 추가 송전시설은 얼마나 필요한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RE100 이행을 위해 이전이나 추가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이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기업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대규모 산업단지부터 조성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산업단지를 만들어 놓으면 기업이 들어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나,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전력과 용수, 물류와 인력 조건을 먼저 갖춰야 한다.
무안국제공항의 역할도 새로운 관점에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항공기 정비와 부품 제조 분야에서 앞서가는 다른 지역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쟁에는 한계가 있다. 대신 반도체 장비와 핵심 부품, 고부가가치 첨단제품의 항공운송 수요에 주목해야 한다.
반도체 관련 장비와 부품은 빠른 운송뿐 아니라 온도와 습도 유지, 충격과 오염 방지를 위한 전문적인 보관·운송시설이 필요하다. 무안국제공항을 이러한 첨단산업 물류에 특화된 공항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한국공항공사와 항공사, 물류기업, 반도체 기업, 전남도와 무안군이 함께 참여해 실제 항공화물 수요와 경제성, 필요한 시설을 조사해야 한다. 수요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물류센터부터 건설한다면 또 다른 유휴시설을 남길 수 있다.
항공화물 물동량과 도로·철도 접근성, 주변 교통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공항 주변 산업·물류시설도 계획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무안국제공항을 단순히 여객기가 오가는 공간이 아니라 서남권의 첨단산업이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관문으로 만들어야 한다.
더 멀리 내다본 준비도 필요하다.
앞으로 10여 년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반도체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을 뒷받침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그 이후에는 남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저장·운송하는 산업으로 확장해야 한다.
반도체가 앞으로 10년의 산업지도를 바꾼다면 청정수소는 그 이후 호남의 수십 년을 책임질 새로운 에너지산업이 될 수 있다. 호남의 햇빛과 바람으로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면 서남권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에너지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무엇보다 산업화의 성과는 반드시 군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재생에너지와 첨단산업을 유치한다는 이유로 주민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불편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발전시설과 송전시설,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주민은 소음과 경관 변화, 교통량 증가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업 초기부터 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 주민이 의사결정과 발전사업에 참여하고, 사업의 이익이 주민소득과 지역복지, 마을발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지역기업과 지역인재도 산업 성장 과정에 함께해야 한다. 지역기업이 공사와 기자재 공급, 유지관리와 물류 분야에 참여하고, 지역 청년들이 첨단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대학·교육기관·기업이 연계한 인력양성 과정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주민과의 소통은 사업의 속도를 늦추는 장애물이 아니다. 오히려 갈등을 줄이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메가프로젝트는 정부와 대기업만의 사업이 아니다. 정부는 전력망과 용수, 도로와 철도 등 국가 기반시설을 책임지고, 전남과 광주는 재생에너지와 반도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공항과 항만을 하나의 권역 산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무안군은 무안이 담당할 산업 분야와 기업유치 대상, 필요한 기반시설과 인력양성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선언적인 구호가 아니라 연도별 목표와 예산, 담당 부서가 포함된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무안군의회 역시 필요한 조례와 예산을 마련하고 사업의 전 과정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산업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이 군민과 지역기업에 제대로 돌아가는지 끝까지 살펴야 한다.
호남의 햇빛과 바람이 다른 지역으로 흘러가는 전력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무안의 기업과 청년 일자리, 군민의 소득이 되고 대한민국의 미래산업을 움직이는 힘이 돼야 한다.
반도체에서 청정수소까지, 무안의 미래 50년을 내다보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메가프로젝트가 무안을 스쳐 지나가는 국가사업이 아니라 군민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기회가 되도록 지금부터 무안의 몫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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