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형배 시장, ‘한(恨)’을 낳는 행정 하지 마라 > 오피니언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독자투고 [칼럼] 민형배 시장, ‘한(恨)’을 낳는 행정 하지 마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홍봉주 변호사(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 작성일 26-09-01 13:09 댓글 0

본문

86a4514673d6cda7f723a888674cd3d8_1788235671_1791.png

홍봉주 변호사(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국립의대 신설 후보 대학으로 순천대학교를 선정했다. 순천대 89.15점, 목포대 87.85점. 불과 1.30점 차이다. 그러나 이 건조한 숫자만으로 이번 결정이 품은 무거운 맥락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서남권 주민들에게 국립의대는 단순한 대학 유치 문제가 아니다. 1990년 목포대가 의대 신설을 공식 요구한 이래로 무려 36년이 흘렀다. 섬과 바다가 많은 서남권에서 의료 접근성은 곧 생명의 문제다. 응급환자가 육지의 대형병원까지 가야 하는 시간은 생사를 가르는 사투이며,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겹친 농어촌의 의료 공백은 지역의 존립과 직결된다. 


민형배 시장은 그 36년의 절박함을 고작 1.30점이라는 숫자로 가벼이 정리해 버렸다. 심지어 그 점수 차이의 대부분(1.17점)은 ‘교원 확보 계획’에서 갈렸고, 교육시설 확보 계획에서는 오히려 목포대가 앞섰다. 물론 순천과 전남 동부권 역시 국립의대가 절실하며 그곳 주민들의 의료권도 소중하다. 문제는 이토록 복잡한 사안을 반드시 어느 한쪽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가혹한 제로섬 게임으로 치렀어야 했느냐는 점이다. 


이번 결정에 이르는 과정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순천 지역은 협상 과정 내내 통합특별시의 중재안을 거부하며 끝까지 불복하겠다는 벼랑 끝 전술을 폈다. 결과적으로 합의를 거부한 쪽은 원하는 것을 얻었고, 오랜 세월 정부를 향해 절규해 온 서남권에는 "심사 결과에 승복하라"는 차가운 통보만 남았다. 행정의 역할은 두 지역을 링 위에 올려놓고 승패를 지켜보는 심판이 아니다. 


목포와 순천의 의대 문제는 동·서부권의 의료 격차, 지역 소멸, 도서 지역의 의료 기본권이 얽힌 고도의 정책적 사안이다. 정부가 단일 추천을 요구했더라도, 기계적 경쟁으로 한 곳을 탈락시키는 손쉬운 길을 피해야 했다. 전남과 광주가 왜 다른 지역과 다른지 설명하고, 하나의 의대를 전제로 하더라도 교육·수련·진료 기능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자체적인 상생 조정안을 만들어 정부를 설득했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행정구역의 선을 지우고 새롭게 출범한 통합특별시가 존재하는 이유다. 


"끝까지 버티면 얻는다"는 잘못된 학습효과를 행정 스스로 묵인한 점도 뼈아프다. 이는 향후 맞닥뜨릴 수많은 현안에서 타협과 양보를 지워버릴 것이다. 민형배 시장은 절차적 공정성과 점수만 들이밀며 행정의 책임을 다했다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제도의 공정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역 간 불균형과 생명권의 문제는 정치와 행정이 역사적 맥락과 공동체의 미래까지 함께 짊어져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승자독식 방식에서 벗어나, 서남권과 동부권의 의료권을 함께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패키지 설계안을 만들어 중앙정부와 다시 협의하라. 대학병원과 응급·중증의료, 임상 교육과 수련 기능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정치와 행정이 책임지고 답을 찾아야 한다. 


어려우니 심사위원에게 맡기고, 점수가 나왔으니 승복하라는 것은 통합시장의 책무가 아니다. 절박한 생명의 문제를 1.30점 차이로 갈라놓고 도민의 가슴에 ‘한(恨)’을 낳는 행정을 멈춰라. 지금 필요한 것은 기계적 승복 강요가 아니라, 갈등을 온전한 정치의 영역으로 가져와 동·서부가 함께 걷는 상생의 길을 여는 것이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회

자치·행정

전라남도 무안군 무안읍 무안로 497, 1층 | 대표전화 : 061-453-7210 | 팩스 : 061-453-7212 | E-mail : pure0365@naver.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조헌
| 법인명 : 주식회사 무안일보 | 제호 : 무안일보 | 등록번호 : 전남광주, 아 00779 | 등록일 : 2026-08-22 | 발행일 : 2026-07-22 | 발행·편집인 : 박조헌

주식회사 무안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주식회사 무안일보. All rights reserved. AD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