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던 무안에 또다시 ‘물폭탄’이 쏟아졌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가 두 차례 무안을 강타한 데 이어 올해도 지역에 따라 18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가뭄과 국지성 폭우가 교차하는 기상이변에 대비한 방재체계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광주지방기상청과 무안군 등에 따르면 15일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일로읍 184㎜, 삼향읍 165.5㎜, 몽탄면 105㎜, 청계면 73㎜의 비가 내렸다. 반면 무안읍 66㎜, 현경면 34.5㎜, 망운면 33㎜에 그쳐 같은 군 안에서도 강수량 차이가 5배 이상 벌어졌다.
특히 남악·오룡신도시가 포함된 일로·삼향지역에 비가 집중되면서 남창5교 남악성당~골드디움 구간과 오룡지하차도가 침수돼 한때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반면 장기간 이어진 폭염과 가뭄으로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농가에는 이번 비가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논과 밭의 토양 수분 회복과 농업용 저수지 수위 상승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역별 강수 편차가 큰 만큼 무안 전역의 가뭄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문제는 이 같은 집중호우가 최근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17~18일에는 해제면에 340.5㎜를 비롯해 무안읍 286㎜, 몽탄 209㎜, 현경 204.5㎜ 등 북·서부권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도로와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불과 보름여 뒤인 2025년 8월 3일에는 무안읍을 비롯해 무안공항에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1시간 동안 140.8㎜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당시 하루 누적 강수량도 289.6㎜에 달하면서 또다시 큰 피해를 남겼다.
눈여겨볼 대목은 집중호우의 중심지역이 매번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에는 해제·무안읍 등 북·서부권, 8월에는 무안공항이 있는 서부권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비가 내렸지만, 이번에는 일로·삼향 등 동부권에 강수가 집중됐다.
기상청 장기 관측에서도 비가 내리는 날은 감소하는 반면 한 번 내릴 때 강하게 쏟아지는 강수 형태가 뚜렷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수강도와 호우일수, 시간당 강한 비가 내리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지역 방재체계 역시 과거의 평균 강수량보다 ‘짧고 강한 비’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번 집중호우 자체를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저기압과 수증기 유입, 대기 불안정 등 다양한 기상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뭄과 폭염이 길어지는 가운데 특정 지역에 짧은 시간 많은 비가 집중되는 기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장기적인 흐름은 분명해지고 있다.
무안군은 반복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한 무안읍 성내·성동·성남리 일대를 대상으로 총 497억원 규모의 풍수해생활권 종합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펌프장과 유수지·저류지 설치, 우수관거와 하천 정비 등을 통해 상습침수 문제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처럼 폭우의 중심지가 읍·면을 옮겨가며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기존 상습침수지역 관리만으로 충분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남악·오룡 등 도시지역 지하차도와 저지대 도로는 물론 농촌지역 배수로·하천의 통수능력까지 극한강우를 고려한 방재체계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뭄 끝에 폭우가 쏟아지고, 폭우의 중심지도 해마다 달라지고 있다. 이번 비가 농촌의 가뭄 해소에는 단비가 됐지만 한편에서는 도로와 저지대 침수 피해를 불러왔다. 이제 무안의 재난대응 기준도 ‘과거에 물이 찼던 곳’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